자신이 속한 구조를 수용함으로써 확장된 자아에 대한 감각

"세상에 내던져진 채 이미 만들어진 세상의 작동 방식에 순응하는 과정은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다. 전형화된 세상살이를 모방(mimesis)하는 것은 때때로 무기력과 회의를 느끼게 한다. … 얌바보의 체념은 단순히 자아의 포기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구조를 수용함으로써 확장된 자아에 대한 감각이다. 얌바보는 미메시스를 거치며 독립된 개인으로 자신을 형성했으며, 이는 모방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모두 획일화되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인간은 보편을 수용하면서 개별자가 된다."

퍼포먼스에 쓰인 음원.

문화적 압박과 그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기 위해 음계와 비음계를 섞어 작곡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음악들의 일부를 삽입했다.
+ 중간중간의 쨍그랑 소리: ‘Lemon Tree (Fool's Garden)’의 스네어 사운드
+ 1분58초부터 2분 26초까지, 'Une barque sur l'océan(Andre Laplante)'의 일부
+ 2분 52초부터 3분 17초까지, '청춘 (DAY)(우효)'의 일부

1학년 2학기 (2020-가을학기)에 공연예술의 인류학 강의의 과제로 제출했던 퍼포먼스 비디오이다. 문화기술지 '숲 사람들'(인류학자 턴불이 아프리카 피그미 부족과 함께 살며 관찰한 바를 쓴 책이다.)을 읽고 피그미 부족의 삶의 정수를 극으로 만드는 과제였다. 피그미 사람들 중 '얌바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부족의 문화를 온몸으로 거부하며 자신을 규제하는 힘에 거세게 맞서다 결국 문화에 순응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얌바보의 심리 변화를 몸짓으로 표현했으며, 사운드 편집 프로그램인 audacity를 이용해 비음계에 속하는 기계음들을 찍어내어 사운드를 완성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으며, 이 문장을 클릭하면 이동한다.

기획서이자 보고서 (클릭하면 다운로드해 볼 수 있다.)

얌바보의 혼인(2020).

분류: performance, sound, text.

정승은

audacity
Fool's Garden, 'Lemon Tree', "High Time", Sony Music, 2009.
Andre Laplante, 'Une barque sur l'océan (from Miroirs)'', "Call Me By Your Name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Sony Music, 2017.
우효, '청춘 (DAY)'', "청춘", (주) 카카오 M, 2016.
턴불, 콜린, "숲 사람들", 이상원 역, 황소자리, 2007.
Pygmées, 'Molimo (No.1)'', 2015.2.25.,
사운드에 피그미 특유의 느낌을 더하기 위해 몰리모 노래를 듣고 참고하였습니다.

'작업'이라는 걸 거의 처음 해보고 각종 툴에 숙련되지 못해 완성도 측면에서 미숙한 결과물이 나와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당시 삶에서 중요하게 느끼고 있던 부분을 꺼내어 작업으로 만들어볼 수 있었다.

얌바보가 결혼문화를 수용하기까지의 미메시스 과정을 무용극으로 풀어냈었는데, 얌바보의 미메시스는 나의 미메시스이기도 했다. 문화가 개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특정 행동양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얌바보를 통해 문화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냥 소시민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또 무엇보다도 인간사회에 대한 탐구를 예술로 풀어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던 내가 과제를 명목으로 무용극도 해보고 연극도 만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