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SITE

내 고3시절 삶의 낙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야자를 끝내고 기숙사에 들어가서 이 브랜드 저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 웹사이트엔 예쁜 옷들이 있었고 브랜드의 컨셉에 맞게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그걸 보면서 느끼는 시각적 만족감이 그 시절 누렸던 유일한 '환상적인' 경험이었고, 웹사이트의 이 버튼 저 버튼을 누르며 탐험하는 것이 유일한 자유였다. 수능까지 잘 버티고 나면 꼭 이 브랜드의 옷을 사리라, 이 브랜드의 옷이 서울 어느 편집샵에 있다든데 서울로 대학을 가서 꼭 입어보리라 하는 동기부여를 하기도 했다. 같은 웹사이트에 너무 자주 돌아와서, 나는 그 브랜드가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전에 '어, 업데이트 했네!' 변화를 알아차리곤 했다.


2019년 매일 23시-24시의 루틴

"지역 기반 축제에서는 거의 아무 감정을 못 느꼈던 것 같고…", "우리 같은 Z세대는 내가 사는 물리적 공간, 지역성보다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온라인 공간에서 공통의 경험을 나누잖아요.", 물리적 근접성이 아니라 비슷한 관심사를 매개로 형성되는 새로운 지역성.


2020년 10월 공연예술의 인류학 과제로 '축제인류학'을 읽고 조별 토론을 할 때 했던 발언들에서 발췌.

2021년 사회학과 전공수업에서 'COVID-19 속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하는 연결감과 공간의 재구성 - Z세대의 줌, 제페토 사용을 중심으로' 라는 제목으로 동기들과 한 팀을 이뤄 연구를 했다. 우리는 새내기 시절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대부분의 수업과 OT가 줌으로 이루어진 '코로나내기' 였다. 이 시기 친한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는 꽤나 허다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가볍지만은 않은, 딥한 친밀감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우리의 인식은, 장소-비장소 이론에서 온라인 공간이 진정하지 않은 연결이 오가는 비장소 로 다뤄지는 것과 차이를 느끼게 했다.


2021년 봄학기 사회조사방법 연구 'COVID-19 속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하는 연결감과 공간의 재구성 - Z세대의 줌, 제페토 사용을 중심으로' 에 대해서

'공간'과 '장소'. 최애 카페와의 유대감

공간space은 장소site와 비장소non-place 로 분류된다. 분류 기준은 사람과 공간 간에 '인간적인 유대'가 발생했는가 이다. 장소-비장소와 관련한 논문들에서는 집,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는 것 같은) 골목길 공동체와 같은 공간을 '전통적(인간적인) 장소', 카페, 온라인 공간을 '비장소'로 분류했다. 나는 이 분류법과 '전통적(인간적인) 장소'라는 말 자체에 강한 반감이 들었다. 사진 속 텍스트와 같은 이유로.

장소-비장소 이분법을 다루는 이론에서 비장소의 특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에 해당하는 현실세계의 예시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비인간적이고 유대감이 없는 공간이 있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실제로 논문을 읽고 있던 공간인 '카페'에 대해 느끼는 공간감을 생각해보았다. 장소-비장소 이분법에 따르면 카페는 비장소에 속했지만, 비장소의 특징만으로는 내가 느끼는 공간감을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느끼는 카페의 공간감을 풀어 써보기 시작했다.

내가 느끼는 카페의 공간감을 장소-비장소 이론과 연결해 생각해보니, '장소/비장소는 서로의 대립항이 아니라 스펙트럼의 양 끝 항 정도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간들은 장소/비장소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람들마다의 경험과 인지에 따라 공간과 형성하는 유대의 정도가 다른 거다. 공간의 분류 (카페냐 집이냐 학교냐) 에 따라 장소인지 비장소인지 확실하게 개념적 구분이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반듯하게 나눠지지만은 않는 거니까... 확실하지 않음을 받아들이고 사례들마다의 개별성을 존중해줘야 하는 게 아닐지! (케바케!!!)


사회조사방법 연구를 위해 카페에서 선행연구를 찾아 읽다가. 2021.05.03.에 블로그에 쓴 글을 편집했다.

우리는 줌/제페토에서 친구들과 만나 상호작용하는 자리에 참여해 그 모습을 관찰한 후 (참여관찰),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만남에서 느낀 연결감, 만남이 이루어진 온라인 공간에 대한 인식 등을 확인했다. 심층 인터뷰 또한 줌/제페토 내에서 진행되었다. 제페토에서의 인터뷰를 맡은 팀원들이 그랬는데,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아바타가 함께 모여 앉아서, 빵 아이템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물리적 공간에 모여서 인터뷰를 했을 때 할 법한 상황이 제페토에서 자연스레 (제페토 공간과 아이템을 이용해서)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 연구 썰이다.


사회조사방법 연구팀의 연구방법에 대하여

우리 팀원들 대부분은 이번 연구를 하면서 제페토를 처음 사용해보게 된 거여서, 우리들끼리 제페토에 모여서 제페토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가 벚꽃 시즌이었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실제로 벚꽃놀이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는, 제페토에 벚꽃 시즌을 맞아 구현된 벚꽃놀이 맵을 탐험하고 (아바타가 벚꽃놀이를 배경으로 나오는) 인증샷을 찍으며 무척 해방감을 느꼈고.... 감격했다 (ㅠ) 제페토의 벚꽃놀이 맵은 정말 정말정말 정말 예뻤다. 이때 느낀 벚꽃의 아름다움, 감격스러움, 해방감, 충만함, 행복 등등은... 정말이지 마음 깊은 곳까지를 울리는 '진짜 감정'이었다. 논문이나 뉴스에서 말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의해야 할 얕고 피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나는 진짜 행복했는데?



과제를 위해 제페토에서 벚꽃놀이를 즐긴 후의 감상..

팝업 스토어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브랜드가 오프라인 경험을 마련하는 추세가 있다. 이른바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성수, 신용산, 여의도 현대 등 라이징 상권의 공간에서 짧게는 몇 일, 길게는 몇 주 동안 열린다.
현재 진행형인 이 추세에 대해 혹자는 '요즘 아무리 온라인에서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오프라인 경험이 요구된다.' 는 식으로 해석하곤 한다. 온라인 브랜드가 온라인에 머물러 있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튀어나오는 행위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온라인에서의 비즈니스는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그 브랜드가 비즈니스를 하고 고객과 유대감을 쌓아온 공간으로 오프라인은 3일 (3일간 팝업스토어를 열었다고 했을 때)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그 오프라인 경험을 위해서 기차값 12만원을 감당하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는 사람의 동인을 생각해야 한다고. 그가 온라인에서 한 경험이 얼마나 강력했기에 그러한 비용을 지불하게 했는가? 그가 온라인에서 한 경험은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게 했고 무엇을 충족시켜주었던가?

오프라인 팝업에 사람들이 모인 건 그 브랜드가 몇 년 간 온라인을 배경으로 고객들과 쌓아온 유대감을 보여준다.

그 브랜드에게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해준 것은 그간 온라인에서 받아온 사랑과 그것이 물질적으로 남긴 자금일 것이다. 물론 주변을 지나다 우연히 오프라인 팝업 공간에 들어와서 팬이 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을 쓰고 다른 사정들을 조정해가며 그 브랜드의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에 방문하는 일정을 계획한 것은, 온라인 공간에서 강력한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으며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행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증명이다.
그래서 나는

오프라인에서의 3일이 온라인에서의 몇 년보다 더 궁극적이고 폭발적인 가능성을 가진 무언가라고 본 혹자의 관점에서, 온라인은 진정하지 않은 무엇이며 그곳에서 오가는 것은 임의적이고 가벼운 마음밖에 없다고 여기는 고착화된 편견을 읽어낼 수밖에 없다. 그러한 관점에서 온라인에서의 소통과 연결은 모두 가식적이고 중독적인 무언가, 인간성을 잃어가는 걱정스런 요즘애들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온라인에서는 마음이 오간다. 호기심이 동하고 호감이 생기고 자아 정체성을 확인 받고 애착을 형성한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확연히 분리되어 피상적인 것들만을 별도로 떠내어 오가는 공간이 아니다. 온라인은 우리의 생활 반경이고, 현실이다.


2023.01.27.씀

제페토에서 게임의 성격이 짙은 맵(점프맵)을 제외하고는 현실의 공간이 아주 구체적으로 재현되어 있었다. 구체화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그 공간과 어울리는 의상과 행위를 모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테면 한강공원 맵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학교 맵에 갈 때는 교복으로 의상을 갈아입고 가는 것이다. 연구자와 면접을 할 때에는 일부러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해 손에 빵을 들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즉, 연구 대상자들은 실제와 유사하게 재현된 공간에서 그 공간과 관련해 갖고 있었던 로망을 실현하는 것처럼 보였다. 연구 대상자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한강 유람선을 탔다’라는 로망 실현, 그 구체적인 공간에 기대하는 특유의 공간감인 것이다. 연구 대상자들의 제페토 이용이 보여주는 공간감은 기존의 공간감과 다소 달라 보인다. 과거의 공간이 오랜 시간 동안 점유해온 ‘그 자리’에 대한 고유성, 땅에 대한 강한 연결을 통해 혼을 가지는 것으로 여겨졌다면, 제페토 이용이 보여주는 공간감은 어떤 장소가 물리적으로 어디에 존재하는지는 상관이 없고 그 장소가 제공한다고 여겨지는 상호작용감이 중심이 된다. 한강공원이 진짜 한강공원이 아니라 가상세계의 한강공원일 뿐이어도, 어쨌든 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유람선을 타며 노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서로의 아바타와 마주보고 있으면 감정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든지, 현실세계에서와 다를 바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은 제페토라는 가상공간에서의 체험을 사용자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실제적 체험으로 구성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페토 사용자들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재현적 공간에서도 현존감과 연결감을 느낀다.

이 연구에서 관찰한 제페토 이용 양상은 ‘정서적 연결감’이 물리적 공간, 즉 땅과의 연결성으로부터 해방되었음을 보여준다.


사회조사방법 연구 보고서의 결론에서 제페토에 관한 부분 발췌

나는 인스타그램과 안정감에 대해 생각하다가 내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면서 느낀 흥미로운 점을 떠올렸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다가 고향의 본가에 가면 인스타그램을 거의 하지 않게 되더라는 것이다. 경준과 하나 또한 고향에 가면 인스타그램을 훨씬 적게 사용하게 된다고 했는데, 그와 관해 아래와 같은 대화가 오갔다.

'나 비행기 출발해 빠이빠이' 이거 올리고 [고향에 가서는 스토리를] 안 올리다가, 서울 와서 갑자기 스토리 올리고. 아무래도 서울에서야 감정적인 의지를 못하는 상태에서 많이 있으니까 인스타그램을 좀 더 많이 들어간다면은, 고향에 가는 것만으로 여기는 내 나와바리 이런 느낌이니까 안정감이 들잖아요. 고향에 있을 때는 굳이 인스타그램에 안 들어가도 그런 감정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까, 안 들어가지 않나.

본가에는 나랑 닿아있는 사람들이 되게 많잖아요. 엄마아빠랑 계속 같이 있고.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이랑 같이 있을 때 그 공간이 나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서울 자취방에 혼자 있는다고 해서 그게 내 집이 되는 게 아닌 거야. 물론 집이지만 내가 정신적으로 이 공간에 의탁하고 의지하고 이 공간이 나에게 너무 편하고 이건 아닌 거예요. 대신에 친구들이랑 같이 어디에서 계속 만나. 예를 들어 동아리방이 저한텐 그랬거든요. 가면 애들이 맨날 있고 걔네랑 같이 밥 먹고 그러면 오히려 거기가 나한테 더 큰 안정감을 주는 곳이 되고 거기에 더 의탁하게 되었거든요, 본가처럼. 그런 게 아닐까요?

나도 진짜 비슷하게 생각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서울 자취방에서 혼자 있을 때는 나 혼자 있는 이 공간보다도 내가 친구들이랑 막 떠들고 놀고 서로 웃겨주고 했던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이 터가 되는 거예요.

맞아 맞아. 나 소름 끼쳤어. 오, 대박.

공간은 인간의 의미 부여를 통해 장소가 되며, 그 과정에서 얼마간의 '머무름'과 '나'와의 동일시가 필요하다. 연구자를 포함한 Z세대는 물리적 공간을 장소로 갖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생애주기 상 대학 입학, 직장 입사 등을 경험하는 성인으로서의 초년기에 거주하는 지역이나 교류하는 사람들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고, 몇 개월에서 몇 년 단위로 기숙사나 자취방을 전전하며 집을 옮기기 때문이다. 이동성뿐만 아니라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대부분은 좁거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거주공간을 갖게 되고, 이는 물리적 공간과 '나'의 동일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에서 Z세대에게 마음을 의탁할 수 있는 '터'는 집보다는 인스타그램에 가까울 수도 있지 않을까? 몇 달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떠나야 하는 집과는 달리 인스타그램 계정은 몇 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그 자리에 고유하게 남아있는 것이었고, 마음대로 꾸밀 수 없는 좁은 셋방과는 달리 인스타그램은 나를 표현하고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내 공간'이었다.

2021년 가을에는 Z세대는 왜 수시로 인스타그램에 들어갈까 에 대해서 연구했었다. 연구보고서 중 일부를 발췌하여 편집했다.

우리는 줌에서 만나는 친구 집단 3팀, 제페토에서 만나는 친구 집단 2팀을 관찰하고 그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점은

온라인 플랫폼 특유의 공간논리들을 (가상배경, 이름 지정, 카메라 on/off, 오디오 on/off, 아바타의 움직임, 아바타의 생김새, 아이템, 맵 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변형하며 자신이 원하는 연결감을 독자적으로 조형해갔다

는 점이다. 줌의 가상배경은 본래 자신이 있는 주변 배경을 가리기 위한 기능인데, 우리가 관찰한 친구들은 서로를 놀리거나 웃기기 위한 문구를 적어 가상배경으로 해두고 친밀한 상호작용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했다. 줌에서 참여자의 이름을 표시하는 부분을 서로 바꾸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고. 대화 중간에 카메라를 꺼서 본인과 본인의 공간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토라짐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회조사방법 연구 보고서의 결론을 재구성했다. 일부 문장을 발췌했다.

우리가 관찰한 사례들에서 공간은 그 공간의 전통성의 여부에 따라 그곳에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과 연결감을 일방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었다. 공간의 요소들은 수직적인 인간 소통의 바탕이 아니라 인간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도구였다.

물리적인 공간의 점유와 신체적인 접촉, 그리고 ‘전통성’이 있는 공간 없이도 연구 대상자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감각을 온라인 플랫폼의 공간 요소를 활용하여 끌어냈다. 어떤 공간은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고, 어떤 공간은 피상적인 소통만이 가능한 그런 분류는 더 이상 효력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위치한 공간의 요소들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고 변형해가며 원하는 연결감을 조성한다.


사회조사방법 연구 보고서의 결론을 재구성했다. 일부 문장을 발췌했다.

'장소'를 정의하던 건 '인간적 유대'이다. 과거에는 인간적 유대가 발생하는 공간이 오래 머문 집이나 동네였다면, 이동성이 커진 지금의 시대에는 그 대상이 달라졌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신체도 의식도 더 이상 과거처럼 물리적 거주지에만 머물러있지 않다. 우리는 지향하는 곳을 향해 움직인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원하는 사람들, 브랜드, 영역과 연결되어 소속감을 느낀다. 팬심, 사랑, 애정, 관심이 있는 곳이 새로운 장소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장소와 영역을 만들어가며 자신을 구성해가는 동시에 확장한다.

웹 특정적 작업

이 웹은 현실의 대체품이 아닌, 고유의 논리와 특징을 가진 공간으로서 웹을 다루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웹을 경험하는 방식을 조형하는 여러 공간 논리들 -이를테면 스크롤, 팝업, 링크 -과 그에 따라 조형되어 있는 우리의 인식구조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용하여 웹 자체가 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에 주목합니다. 이 웹이 시도한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고.

온라인 공간의 장소성,
애착을 바탕으로 한
장소 재정의.

분류: collage writing

정승은

김경민, 김지우, 남지원, 전세민, 정승은 (2021). COVID-19 속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하는 연결감과 공간의 재구성 - Z세대의 줌, 제페토 사용을 중심으로.
정승은 (2021). Z세대론: 왜 수시로 인스타그램-하는가?.

웹사이트와 온라인 공간과 관련한 감정들, 경험들, 연구들을 제시하며 장소에 대한 새로운 정의로 나아간다. 완성된 한 편의 글보다는 짤막짤막하고 직관적인 글들을 콜라주처럼 모은 형태를 시도했다.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온라인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은 피상적이고 진정하지 못한 어떤 것이며, 물리적 공간에서의 사람 간 교류만이 유효하다는 관점을 접한다. 위험한 사람들이 도사리고 있고,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며, 그곳에 의존하는 행위는 중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온라인 공간을 통해 충족하는 정서적 안정감과 그곳에서 느낀 애정과 유대감을 의심하게 된다. 그곳에 마음을 내어준 자신을 탓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친구들과 네이버 카페나 밴드를 만들어 교환소설을 쓰며 놀았고, 유튜브와 트위터로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며 즐거움과 위로를 얻었고, 브랜드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 제페토 등을 통해 현실에서 충족받지 못한 해방감과 만족감을 누렸다. 그런 나에게 온라인 공간에서 오가는 것이 약하고 일시적인 연결밖에 없다는 기존의 ‘장소/비장소 이론’은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에 갇혀 현실을 분석하는 학문적 개념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글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회상, 사회학과 전공수업에서 동기들과 한 연구, 개인적으로 한 연구 등등의 내용을 뒤섞어 콜라주 라이팅을 시도했다. 그들 모두가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유대감을 이야기하며 학술적 개념인 ‘장소’를 시대적 맥락에 맞게 재정의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엮일 수 있다. 이 작업에서는 콜라주 라이팅을 통해 여러 경험들과 연구들이 얽혀가며 어떤 관점으로 수렴되는지를 보이고자 했다.

온라인 공간 역시 ‘장소’로 정의되는 데에 필요한 ‘정서적 유대’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이 관점은 내가 ‘마음의 터’라고 부르는, ‘삶을 이루는 중요한 계기’에 대한 감각과 얽혀 있다. 온라인 공간들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내 삶을 이루는 중요한 추억이자 계기였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애착을 느끼는 대상은 종종 내 마음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물리적 실체를 가진 무언가처럼 말이다. 어떤 존재가 내 삶과 엮이며 내 ‘마음의 터’가 될 때 그것은 내 마음에 용적을 지닌 대상으로 각인된다는 것이다. 그 존재가 전통적이냐 물리적이냐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사람마다 자신이 감응한 존재를 ‘터’로, 장소로 느낀다는 것이 나의 관점이다. 여러 해와 여러 시도들에 걸쳐 어느 정도 정리된 이 관점이 더 많은 존재를 인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